우리나라 산에서 자생하는 음나무는 오래전부터 산나물과 약재로 이용됐다. 특히 4∼5월에 가지 끝에 돋아나는 새순은 쌉싸래한 맛이 나 봄나물로 인기다. 이와 함께 잎이 지고 새순이 돋기 전 채취한 나뭇가지와 뿌리는 사포닌 등 기능성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한약재로 가치가 높다. 한의서에 따르면 거풍(祛風)ㆍ제습(除濕)ㆍ살충ㆍ활혈(活血) 등의 효능이 있고, 최근에는 근육통ㆍ관절염ㆍ구내염 등의 치료 효과가 밝혀져 활용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음나무는 두릅나뭇과의 낙엽 교목으로 높이 15~25m까지 자라는데 뿌리를 제외하고 나무 전체에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히 나 있는 게 특징이다. 게다가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지만 씨앗으로는 거의 번식이 안 되는 까다로운 나무에 속한다.

[가시 없는 음나무 찾으려고 한라산과 지리산 전국 탐방] 경북 울진에서 해동종묘를 운영하는 남광우 씨(74)는 20여 년 전 ‘가시 없는 음나무는 없을까’ 하고 한라산ㆍ지리산ㆍ대둔산ㆍ가리왕산 등 전국의 산을 탐방했다. 뜻밖에 가시가 없는 음나무가 산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가시 음나무 묘목을 생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시 없는 음나무의 뿌리를 잘라서 밭에다 심었더니(뿌리 꺾꽂이) 그중 10%가량만 가시가 없고 나머지는 날카로운 가시가 나더라고요. 무가시 음나무만 골라서 심고 기른 다음 다시 뿌리를 잘라서 꺾꽂이를 했더니 또 10%가량만 가시가 없고 나머지는 똑같이 가시가 생기기에 무가시 음나무에서 채취한 뿌리를 꺾꽂이하는 것을 10여 년간 반복했습니다.” 남씨는 한의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한약? 서적을 자주 접하고 음나무 가치를 일찍이 알았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손에서 음나무를 놓지 않았다. <동의보감 방약합편>의 ‘음나무 껍질은 쓰고, 허리와 다리가 마비된 것을 다스리며, 버짐과 중풍ㆍ당뇨를 다스리고, 설사와 이질을 치료한다’는 내용을 줄줄 외울 정도로 음나무 사랑이 남다른 그는 음나무를 재배하면서 끈질기게 신품종 육성에 힘썼다.

“음나무를 길러본 사람들은 가시가 얼마나 성가신지 아실 겁니다. 아무리 조심하며 작업을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가시에 찔려서 쓰리고 피가 나기 일쑤입니다. 음나무 밭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돈을 더 줘도 꺼리기 때문에 일손 구하기도 힘듭니다.” [무가시 나무뿌리 꺾꽂이하면 가시 발생률 0.2%] 무가시 음나무에서 뿌리를 잘라서 꺾꽂이를 반복하며 신품종을 육성하던 중 무가시 음나무 생산율이 해마다 차츰 늘어났다. 국립산림과학원의 도움을 받아 뿌리 꺾꽂이를 계속한 결과 5년 전 무가시 음나무 묘목 생산율이 10%이던 것이 99%까지 향상됐다. 남씨는 “현재 무가시 음나무 뿌리로 번식하면 가시가 생기는 묘목의 비율은 0.2%에 불과하다”면서 “나무가 어릴 때 가시가 생기다가 성목이 되면 점점 없어지는 것도 있으므로 무가시 음나무 생산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남씨는 20여 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육성한 무가시 음나무를 <해동1호>라고 이름 짓고 품종 출원을 추진하고 있다. 해동1호에서 채취한 새순은 가시가 있는 나무의 새순과 비슷한 맛과 향ㆍ영양소ㆍ약성 등을 함유해 상품성이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다. 해동1호는 새순 생산량이 가시 있는 음나무보다 오히려 많고 병해에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동1호는 잎이 떨어진 가을부터 이듬해 2월까지 길이 7∼10㎝의 뿌리를 채취해 90° 정도 기울게 심으? 발아율이 높다. 뿌리는 0℃ 이하에서 700시간 휴면 처리한 다음 심으면 더욱 발아율이 높다. 뿌리는 아래보다 윗부분, 나무는 늙은 것보다 1년생에서 채취한 튼실한 뿌리의 발아율이 높다.

“발아율은 뿌리 굵기, 심는 시기, 모판흙 등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데 현재 90∼95%로 묘목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묘목을 심는 시기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가 적당하고 얼었던 땅이 녹고 수관부에 물이 이동하기 이전에 심어야 활착률이 좋다. 구덩이를 지름 30㎝, 깊이 30㎝ 크기로 파고 나무뿌리를 잘 펴준 다음 흙을 충분히 ?어준다. 물 빠짐이 좋도록 너비 200㎝, 높이 50㎝의 두둑을 만들고 심는 것이 좋고 나무 간격은 2×2m가 적당하다. 음나무는 가뭄에는 강하지만 습해에는 약하다. 어릴 때는 약간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지만 성목이 되면 햇볕이 잘 드는 환경을 좋아하므로 포장 관리에 관심을 기울인다.

[심은 지 3년째 수확, 5년 뒤 1주당 1㎏ 생산 가능] 음나무는 비료나 농약을 주지 않아도 아무런 탈 없이 잘 자라므로 일손이 적게 드는 것이 장점이다. 남씨는 “물 빠짐이 좋은 땅에서 잘 자라므로 산이나 논밭에 심어도 좋다”면서 “웃거름을 ?면 생육이 좋아진다”고 주장한다. 해마다 새순을 따면 가지치기하는 효과가 있어 따로 가지치기 작업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새순은 나무를 심은 지 3년째에는 1주당 200∼300g, 5년 뒤부터는 1㎏ 이상 수확할 수 있다. 새순은 도매시장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하는데 1㎏에 1만 원 선이다.

현재 남씨가 농가에 공급하는 2년생 무가시 음나무 묘목은 1주당 6000∼1만 원이다. 노지 재배 묘목은 8000∼1만 원, 포트 육묘는 6000원이다. 포트 육묘는 뿌리 발육이 아주 왕성해 착근율과 활착률이 뛰어나다. 노지 묘목은 심은 지 2년 뒤부터 새순을 수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무가시 음나무는 전국 국유림관리소와 시ㆍ군 농업기술센터에 납품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가시가 없기 때문에 소득작물은 물론 관상수나 가로수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남씨는 아들과 함께 묘목을 생산해 인터넷 홈페이지(www.해동종묘.com)와 전화(010-2803-4076) 주문을 통해 판매한다. 남씨는 “음나무는 가시가 워낙 억세고 촘촘하게 나기 때문에 농작업하는 데 불편할 뿐 아니라 일손 구하기 어려워 재배를 꺼리는 실정이다”면서 “해동1호는 가시가 없어 가시 음나무에 비해 농작?률이 10배 정도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